1. |
아닌데도_In Spite Of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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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방이 아닌데도 서늘함이 가득한
하얀 먼지도 그대로 움직이지 않고
책과 시디는 읽다 말다 듣다 말다
무심하게 방바닥에 놓여 있고
까만 방이 아닌데도 어두움이 가득한
푸른 커튼도 늘어져 일렁이지 않고
냉장고엔 캔커피와 맥주
쉬어버린 반찬과 시든 토마토뿐
구름으로 만들어진 그림자가
햇빛을 빛 바랜 전구처럼 깜박 깜박 깜박
그 무엇 하나 목소리가 없네
내 숨소리도 먼지처럼 없네
그 무엇 하나 목소리가 없네
내 숨소리도 먼지처럼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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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파란 욕조_The Blue Bathtub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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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라도 만나고 싶었던
너는, 너는 없고
맑은 파란빛 욕조속에 앉아
조금, 조금 우네
재미없는 라디오만 듣고, 라랄랄라
익숙한 멜로디만 남아, 라랄랄라
네가 없는 그림자조차 없는, 라랄랄라
조금 취해 흥얼거린 노래
라랄랄라 라랄랄라
꿈에서라도 만나고 싶었던
너는, 너는 없고
맑은 파란빛 욕조 속에 앉아
조금, 조금 우네
의미 없는 혼잣말만 늘고, 라랄랄라
낯익은 음표들만 남아, 라랄랄라
낮도 밤도 사라져버린 지금, 라랄랄라
조금 취해 흥얼거린 노래
라랄랄라 라랄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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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떠오른다_Rise Up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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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릿하게 지운 기억들
아련하게 잠재웠던 그런 시간들
갑자기 눈을 감고 자기 전에 떠오른다-
서로에게 지운 거짓말
아릿하게 잠재웠던 그런 순간들
갑자기 눈을 감고 자기 전에
떠오른다-떠오른다-
내가 먼저 후회했는지
내가 먼저 슬펐었는지
내가 먼저 도망친 건지
내가 먼저-
내가 먼저 후회했는지
내가 먼저 슬펐었는지
내가 먼저 도망친 건지
내가 먼저-
내가 먼저 울었었는지
내가 먼저 슬펐었는지
내가 먼저 지웠던 건지
내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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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빈 집_Empty House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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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길 익숙한 자리에
낯 설은 빈집이 들어 왔네
지나가는 길 비어버린 자리에
낯 설은 누군가 들어 왔네
예전에 누가 살았었는지
조금도 기억나지 않고
까맣게 까맣게 까맣게 까맣게
퇴색된 오랜 흔적만 남아
새로운 존재에게 그저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예전에 누가 살았었는지
조금도 기억나지 않고
까맣게 까맣게 까맣게 까맣게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아-안녕을 너무 쉽게 말하네-
아-빈 집에 이제 누가 있을까
아-무것도 기억 하지 못하네
아-빈 집에 이제 누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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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잠이 드네_Falling Asleep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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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손을 놓은 날 밤 난 추억을 쏟아내네
나도 모르게 낡아 버린 시간들
지나간 여우비처럼 사라진 추억들이
나의 눈물에 어른거려 그만 나는, 소리 없이
잠이 드네 꿈을 꾸네
꿈 속에서 난 검은 어둠 속에 들어가 숨을 쉬고
아무도 찾을 수 없을 것 같이 웅크리고
그의 손을 놓은 날 밤 난 추억을 쏟아내네
나도 모르게 낡아 버린 시간들
잠이 드네 꿈을 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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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밀림 여관_Jungle Hotel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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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숲 속을 허덕이며 헤매이다
도착한 밀림여관
숨을 고르며 ‘거기, 누구 없어요’ 하자
작은 미닫이 창문이 뱀처럼
스르륵 열리며 주인이 말하길
‘거기, 주머니 속 볼펜 하나 주면 들여
보내주지.’
잔뜩 지친 나는 펜을 주고
방으로 들어왔네
숨막힐 듯 고요한 밀림의 밤이 깊어가네
갑자기 무언가 떠올라
꼭 적어둬야 했는데 아차, 볼펜이 없네
주인에게 부탁했지만, 주인이 말하길
‘펜을 돌려 받고 싶으면 여기서 나가시오.’
글을 쓸 수 없게 됐네
읽을 수가 없게 됐네
생각할 수 없게 됐네
말을 할 수 없게 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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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
섬_Island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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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나 나나나 나나나나나나
나나나 나나나 나나나나나나
어둠 속에 침잠한 촛불은 타오르지 않고
불이 꺼 질랑 말랑 위태로운 성냥불까지
외롭지 않은 게 없네 외롭지 않은 게 없네
가시 돋은 선인장은 사막을 꿈꾼 채 자고
혹이 사라 질랑 말랑 불안한 낙타들까지
외롭지 않은 게 없네 외롭지 않은 게 없네
아무도 모르고 지나치는
미세한 먼지만 부유한 채
어두운 섬에 누운 것처럼
외로워 처음부터 끝까지
외로워 처음부터 끝까지
외로워 처음부터 끝까지
외로워 처음부터 끝까지
어두운 섬에 누운 것처럼
나나나 나나나 나나나나나나
나나나 나나나 나나나나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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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mroya 봄로야 Seoul, South Korea
봄로야_Bom, roya
떠나보내거나 상실해야 하는 상념을 붙잡아 드로잉, 텍스트, 흥얼거림 등의 '멜랑콜리아적 해프닝’으로 기록한다. <답 없는 공간: 근사한 악몽>(2016-2018)과
<다독풍경>(2019) 프로젝트를 기점으로 사적 경험이 미술가, 작가, 음악가 등과의 대화 및 협업으로 통과되어 다른 사건이 되는 지점에 관심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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